어린이날 선물
    이 름 : 보림화 등록일 :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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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看月庵(간월암)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 「그는 걸어서 온다」 (문학동네, 2008)



몇년 전 나왔던 이 광고를 또 보노라면 미소가 지어지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나란 존재는 없고 누구의 엄마로만 불려지는게 허전할 때도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가요.
오늘 이 시가 제 마음을 쿵쿵 흔들어 놓네요.

드라마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요, 엄마 김혜자에게 딸 신은경이 '내 인생이니 상관 말라'며 대드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엄마는 순간 서늘한 눈빛으로,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죠. "니 인생이라고? 엄마인 나한텐 너희들 인생까지 더해서 내 인생이다." (대본에 써있는 정확한 대사는 아니구요.)

유진아, 현재야. 엄마는 너희의 이름으로 살아온거 고맙게 생각하고 새록새록 행복하단다.
너희들도 엄마 아들 딸이라 행복할까? 어느새 커버려 어린이날 챙기는게 어색한 나이가 됬지만 올해는 특별하게 부처님전에 사랑의 선물을 올려본다.

재춘이 엄마가 그랬듯이 너희도 공부 열심히 하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