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사년을 맞이하며 - 정우頂宇 스님
    이 름 : 이보현 등록일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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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사년을 맞이하며...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구룡사 회주 시간時間은 무시겁래無始劫來로 그렇게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하고 있는데…. 요즘, 시간이 참 빠르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는 『젊음과 건강과 목숨은 소중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 등으로 세상을 일찍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 더욱더 소중한 생명들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법구경法句經》에서 이르기를, 『건강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재산이며, 만족함을 아는 것은 최고의 보배이고, 신뢰는 세상에서 가장 큰 벗이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열반은 최상의 법열이다』고 하였습니다. 『논밭에 물을 대는 사람은 물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활 만드는 사람은 화살의 촉수를 곧게 세우고, 목수는 나무를 다듬고, 석공은 돌을 다듬는다』,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자기 자신을 다룬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다루는 사람이 바로 수행자修行者입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공부가 수행정진修行精進이기도 합니다. 《열반경涅槃經》에 『선지식善知識은 지혜로운 의사醫師와 같아서 병病의 원인을 진찰하고, 증상에 따라서 그 약을 주어서 치료하듯, 우리의 마음병(心病)을 낫게 하는 이가 선지식』이라 합니다. 『선지식은 뱃사공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생사대해生死大海에서 중생들을 건네주는 분을 선지식’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욕구慾求 욕망慾望 욕심慾心으로 드러내는 인식기관들이 집착執着으로 인해서 제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느끼는 것에 빠져있는 것을 집착執着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소견所見으로 드러내는 알음알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까닭에 탐심貪心이 생기고, 그 탐심으로 인해서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라는 오온五蘊에 갇히어서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그 어리석음으로 분출되는 분노심忿怒心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행할 때 오온에 집착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공空한 이치를 비춰보고 고해苦海를 여의였다』 하는 것입니다. 그 번뇌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스스로도 진단하기는 쉽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욕심이 많습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어리석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목마름에 허덕이면서도 자기 자신이 욕심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스스로가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번뇌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병病은 초기에는 치료하기 쉽지만, 진단하기는 어렵다. 질병은 시간이 흐르면 진단하기는 쉬워지지만, 치료하기는 어렵다. 인식하지 못하면 사태는 악화된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차릴 때가 되면, 어떤 해결책도 소용없게 된다.” 했습니다. 그렇듯이 탐심이 생기면 수상행식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눈은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인식기관을 내려놓고 볼 수는 없을까요. 지그시 두 눈을 감아 보았으면 합니다. 수행은 자기의 내면內面을 보는 공부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내가 나를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탐심으로 어리석어서 물질적인 것에 매이여 잘못된 알음알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얽매임으로부터 시작되어지는 인생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의 근심과 걱정, 고통과 괴로움으로 온갖 번뇌 속에서 해매이고 있습니다.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번뇌煩惱입니다. 이 번뇌만 여의게 되면 해탈의 참 자유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집에서 ‘내가 가스밸브는 잠갔나, 도어문은 잠그고 나왔나’ 마당까지 내려 왔다가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밸브나 도어문을 확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온갖 번뇌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분별심分別心이 번뇌를 일으키는 식심識心의 현상現想이기도 합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사년을 맞이하며 비록 깊고 깊은 산중에 조용히 살더라도 마음이 분주하고 번다하면 참다운 원리행遠離行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원리행은 내려놓음의 자연스러운 수행법을 말합니다. 그래서 비록 마을이나 도시에 살더라도 마음이 고요하면 그는 참다운 원리행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어디에 살든 마음이 고요하고 넉넉하면 진정으로 그를 원리행자遠離行者라 할 것입니다. 번뇌 망상으로 쩔쩔매는 인생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원리행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좋은 스승, 못 만나서 이끌어주는 이가 없으면 삶을 좌절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니 좋은 스승 만났을 때, 좋은 도량에서 소중한 도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을 맺었으면 합니다. 참 자유, 자유로워질 수 있는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스님과 수녀님이 방송에서 나누는 대화가 있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위로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썼던 글을 보면서도 위로받기도 하고, 나에게 격려의 글이 되기도 합니다.” 참 순수한 언어로 다가와 보기가 좋았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출요경出曜經》에서 『좋은 스승을 만났을 때, 그 가르침을 스스로 수행하고 책망할 수 있으니 반드시 원하는 바를 다 이루게 되어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근본으로 삼아서 계사년癸巳年 새해에는 박산博山 무이선사無異禪師의 말씀을 신년 화두로 삼고자 합니다. 공부 지어 가는데 죽고 살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살고 죽지 못할까 두려워할지니 과연 의정疑定으로 더불어 한곳에 맺어 두면, 동動하는 경계는 보내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가고, 망녕된 마음은 맑히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맑아지리라. 육근문六根門이 저절로 환하게 열려서, 손짓하면 곧 오고 부르면 곧 대답할 것인데 어찌 살지 못할까 걱정하리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는 인생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젊음과 건강과 목숨이 소중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느리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을 한 20년쯤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방황하다가 20여년의 인생을 놓친 게 아니라 최소한 구룡사에서 대중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었던 것처럼, 다가와서 바라다보는 내 모습에 그런 울림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공부를 짓되 마음을 들어 깨닫기를 기다리지 말라. 마치 사람이 길을 감에 길에 멈춰 있으면서 집에 이르기를 기다리면 마침내 집에 이르지 못하나니, 다만 모름지기 걸어가야 집에 도달하는 것과 같아서, 만약 마음을 가져 깨닫기를 기다리면, 깨달음은 얻지 못하나니, 모름지기 애써서 깨닫게 할 뿐이요. 깨닫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니라.』 오늘도 걸어서 절에 오신 불자님들도 계십니다. 법회 끝나고 집에 가실 때 법당에 앉아서 “나 집에 와 있다 하면 집에 와 있는 것일까요? 집에 있으면서 절에 갔다 왔다” 하면 절에 다녀온 것일까요? 계사년 한 해도 한결같은 신심으로 열심히 살았으면 합니다. {월간붓다,2013년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