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蓮燈)

‘지혜’ 상징…無明깨쳐 지혜롭게 사는 것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사찰에 걸린 오색 연등이 아름답다. 특히 어둠이 내려앉은 도량에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연등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렵고 힘든 삶일수록 부처님 가르침이 절실하게 다가오듯이,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연등은 도량을 밝히고 우리들의 마음에 희망의 등불이 돼 준다. 꾸밈없는 단아한 모습으로,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고, 고요하지만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연등은 부처님의 미소를 닮았다. 또한 어둠이 깊을수록 또렷이 빛나는 연등은 마치 우리들을 향한 부처님의 마음 같아 볼 때 마다 환희롭다.

부처님 당시부터 연등은 부처님을 찬탄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가기 위한 최상의 공양물로 여겨졌다. 이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가르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우경> ‘빈녀난타품’을 보면, 난타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가난해 걸식하면서 살던 난타는 어느 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구걸을 거듭하다 기름을 사서 등 공양을 올렸다. 난타 여인은 “저는 지금 가난하기 때문에 이 작은 등불 하나만을 부처님께 공양하나이다. 그러나 이 등불은 저의 큰 재산을 바치는 것이오며, 따라서 저의 마음까지도 모두 바치는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이 인연 공덕으로 저도 내생에 지혜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없애게 하여지이다”라고 간절한 발원을 하고 도량을 떠났다.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지만, 난타 여인이 공양한 등만이 홀로 불을 밝혔다.

부처님 제자인 목련존자가 날이 밝아 불을 끄려고 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사해(四海)의 물과 산바람으로도 끌 수 없다”며 “일체 중생을 두루 건지려고 큰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난타 여인은 이 소식을 듣고 부처님을 예경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 여인에게 “너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불국토를 성취하고 부처가 될 것이다. 그 이름은 등광(燈光)이라 할 것이고, 여래의 열 가지 명호를 모두 갖출 것이다”라고 수기를 내렸다. 이에 난타 여인은 수기를 받고 기쁜 나머지 부처님 앞에 꿇어 앉아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쾌히 승낙하시고 그녀가 비구니가 되도록 허락하시었다. 진심 어린 등불 하나의 공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불설시등공덕경>에는 등공양의 공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삼명의 복전을 구하기 위해 탑과 부처님 앞에 등불을 밝히면 도리천에 다시 태어나며 다섯 가지 청정을 얻을 수 있다”고 했으며, “삼보를 믿고 조그만 등 하나를 바치더라도 그 공덕은 한없이 크다”고 말한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연등을 밝히는 것도 많은 공덕을 짓는 일이지만 난타 여인처럼 많은 사람과 다른 이웃을 위해 연등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든 중생들의 안락과 행복을 발원하는 마음이 녹아 있는 연등공양이야말로 부처님의 마음에 부합되는 참된 것이다.

<선문촬요>2권 ‘명등의’에서는 “해탈을 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몸으로 등대를 삼고 마음으로 등잔을 삼고 믿음으로 심지를 삼고 계행이 늘어가는 것을 기름으로 삼으며 지혜가 밝아지는 것을 등불로 삼아 나아가야 하느니라”라고 하여 자신의 수행을 통해서 마음을 밝히는 과정을 연등에 비유하고 있다. 등(燈)은 범어로 ‘디파(di-pa)’라고 하는데, 곧 ‘지혜’를 상징한다. 연등을 밝히는 것은 무명(無明)을 깨쳐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이기도 하며, 이웃을 위해 자비를 실천하는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연등은 부처님 도량을 밝히는 공양물이다. 청량한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 전에 공양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크기와 자리와 모양을 떠난 진실되고 광대한 발원을 담아야 한다. 자신과 가족의 위한 연등과 함께 “모든 이웃의 안락과 행복을 위한” 연등 하나를 더 밝히자. 이것이 부처님오신날을 진정으로 봉축하는 것이며,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 밝히는 길이다.

가섭스님 |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