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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로수 님이 작성한 원본 ---------- 알수 없어요 _ 한용운 (구도가)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누구의 얼굴입니까? 누구의 입김입니까? 누구의 노래입니까? 누구의 시입니까? 알 수 없어요, 인연따라 모였다가 인연따라 흩어지는 연기의 실상이여, 아직은 약한 등불을 든 수행자의 길, 세세생생 불퇴전의 길, 비로자나의 광명으로 무명을 밝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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