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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현 님이 작성한 원본 ---------- ♣ 이래먹어도 저래먹어도 보약인 할매의 잔소리와 매생이국 - 욕쟁이할매, 화곡동보살 편3 ♣ 이래먹어도 저래먹어도 보약인 할매의 잔소리와 매생이국 넘치는 정과 오지랖을 살가운 욕과 잔소리로 쏟아놓은 공양주, 화곡동 할매, 그이의 진두지휘아래 개성 있고 성품 순한 부공양주들의 협심과 화합으로 오늘도 구룡사의 공양간은 화기애애하고 활기차게 돌아간다. 화곡동 할매의 줄기찬 잔소리와 불호령은 실은 다정(多情)과 짓궂음의 표현이라, 할매가 화곡동 집에 다녀오거나 잠시 외출을 하는 날이면 공양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썰렁해지곤 한다. 겨울철 보약 같은 매생이국의 맛과 영향을 한층 돋우는 참기름처럼 할매의 생동하는 기운과 입담이 보태어져야 비로소 공양간도 그처럼 돌아간다. ♣ 영양만점 매생이국을 닮은 할매의 잔소리 먹성이 너무 좋아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해치워 버리는 먹보 보살, 늘 말만 앞서 화곡동 할매의 잔소리를 달고 사는 덜렁이 보살, 공양 간에 입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지만 눈치 빠른 막둥이 보살 등 공양 간 살림을 총지휘하는 화곡동 할매를 주축으로 구룡사의 공양간은 성품 순한 다섯 명의 보살들이 의좋게 꾸려간다. 그런데 오늘은 화곡동 할매가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오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니 어디를 가셨간디, 저녁때가 돼도 안 오시는 겨?” “찜질방에 가지 않았을까? 아니면 병원에 약 타러 가셨을까?” 오전에 사다놓은 매생이로 저녁상을 차릴 용량이었는데, 공양시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할매의 행방을 두고 공양 간 보살들의 추축과 궁금증은 커져간다. 서너 시간 전으로 기억을 되짚어보니 할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 “ 누가 매생이국 끊일 줄 아냐?” 는 할매의 물음에 “에이, 그까짓 것 못 끊이간, 먹어도 봤는데,”라는 덜렁이 보살의 호언장담이 있던 후였다. 할매의 생각에는 아마도 밥 때까지 돌아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계산이 따랐던 듯싶다. 수년째 한 가족으로 손발을 맞춰온 사이라, 공양간의 보살들은 할매의 그러한 물음 속에는 ‘공양시간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매생이국을 끊여 저녁상을 보라’는 당부가 들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매생이국을 먹어나 봤지, 한 번도 끊여본 적이 없는 덜렁이 보살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매생이가 너무 퍼진데다 간을 잘못 맞춰 그만 소금국이 된 것이다. 언젠가 시장에서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비법도 알고 있었고 평소 처음 맛보는 음식도 한번 맛을 보면 대충 흉내 낼 정도의 음식솜씨는 된다고 자부했던 터라, 너무 쉽게 생각하고 과신한 것이 탈이었다. 파래보다 몇 배근 더 비싸고 귀한 매생이로 끊인 국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임시방편으로 물을 부어 간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화곡동 할매가 돌아온 건, 절집 식구들의 공양시간이 끝나고 공양간 보살들끼리 모여 밥을 먹기 위해 상을 막 펴고 있을 무렵이었다. 할매의 안색이 볼일을 끝내기가 무섭게 총총걸음으로 돌아온 품새다. “우리 아그들, 매생이국 먹으로 오라 그래, 빨리오라 그래, 늦으면 읍서!” 다소 상기된 얼굴로 서둘러 외투와 머플러를 벗은 할매는 인터폰으로 위층에서 당직서는 직원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어여들 오셔요.” 라는 막내보살의 말에 공양간의 식구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상 주위로 둘러앉았다. 화곡동 할매와 호형호제하는 노보 살님도 한쪽에서 TV를 시청하다 상 앞에 앉았다. 매생 이는 전라도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채취되는 식품이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생이국은 도심이나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전라도 출신의 노보 살님이나 화곡동 할매에게는 고향의 음식이라 모처럼 맛보는 매생이국이 반갑기만 한데, 퍼질 대로 퍼져 한강수가 된 매생이국의 자태에 잠시 말을 잃고 만다. 수상쩍은 국의 모양에 만으로도 화곡동 할매는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대번에 짐작하도도 남는다. 그런데 이때, 눈치 빠른 막내보살이 할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어디 다녀오셨대요? 찜질방에 가셨대요. “라고 재차 묻는다. 그래도 답이 없자 이번에는 단수를 한 수 올려 ”아니 찜질방에 가서 그새 오세요? 좀 더 지지다 오시지, “ 라고 묻는 통에 할매는 ”우 씨, 한의원에 갔다 왔다, 여기저기 안 쑤 데가 있었야지, 손에 쥐도 나고……. “ 라면 잠시 막내 보살의 작전에 말려들고 만다. “그럼 침 맞고 오셨대요? 밥 때가 돼도 안 오시니까 궁금을 했잖아요.” 막내 보살에 이은 먹보 보살의 애교스러운 술수에 일단 상황은 작전대로 돌아가는 듯싶었는데, 그러한 단순한 연합작전에 만만하게 걸려들 할매도 아니 지라 곧 이어 “하여튼 내가 없으면 표가 나요, 표가.” 라며 잔소리가 잇따른다. “아니 이까짓 것도 맛있게 못 끊이간, 중간에 물을 붓긴 왜 부어, 아까 분명히 매생이국 끊일 줄 아냐고 했더니 호언장담할 때는 언제고, 스님들이 짜서 어떻게 잡셨간?” “그래서 간 맞추려고 물을 부었잖여, 밥 말아 잡셔 보세요, 그러니깐 맛있네.” 먹보 보살의 천연덕 스러운 입담과 애교 작전에 “간이 맞기는 맞네.” 라는 노보 살님의 지원까지 보태어져 순간 웃음바다가 되는 바람에 화곡동 할매도 어의없어하며 덩달아 웃고 만다. “매생이국 끊일 때는 물을 먼저 끊여야혀, 매생 이는 맨 마지막에 넣은 디, 매생 이를 넣고 물을 다시 끊으면 불을 딱 끄는 거여, 그러니까 매생이 넣기 전에 먼저 간을 맞춰갖고 끊이면 편혀, 그리고 딴 걸로 간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겨, 소금으로만 해야지.” 화곡동 할매의 설명에 덜렁이 보살은 “매생이국엔 굴을 넣고 끊이면 더 시원하잖여, 그리고 국을 풀 때 참기름을 한 방울 치면 잡냄새가 안 난대요. 시장에서 매생이파는 아줌마가 가르쳐 주더라고.” 하며 한 마디 거든다, 모르면 쉬운 것도 어려운 법, 설명을 듣고 보니 매생이국만큼 쉬운 국도 없다. 한편 아무리 쉬운 것도 만만하게 여기다보면 실수를 하게 되는 법이라, 할매의 설명을 듣고 “간단하네!” 하고 막내보살이 내뱉는 말에 덜렁이 보살이 “그려, 간단해,” 라며 장단을 맞추다 잠잠해진 할매의 성미를 다시 돋우고 만다. “아니 그리 간단한데 간하나 못 맞춰 한강수를 만들어놨냐!” * 물방개를 사다 고아 만든 김치 소금국이 됐든 한ㄴ강수가 됐든 매생이국은 가히 겨울철 보약이라 할 만하다. 한 술 한술 뜰 때마다 비릿하고 향긋한 바다 냄새가 입 안 가득 요동하니, 아예 먹던 밥을 국에 몽땅 넣어 푹푹 말아본다. 상 한 귀퉁이에 놓인 김치를 한쪽 얹어먹으니 더욱 별미다. 매생이국도 국이지만, 낡은 스텐대접에 정겹게도 담긴 김치는 마치 조연인 듯 하면서도 주연보다 더한 터줏대감마냥 밥상을 지키고 있다. 그 맛을 보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화곡동 할매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팔팔한 기운을 똑 닮았다. 그 비법만큼은 묻지 않을 수 없어 “할머니, 김치 담글 때 무슨 비법이라도 있어요?” 라고 물으니, 이번에는 할매의 짓궂은 기가 발동해 “물방개 사다 고아 만들었다.”라고 한다. “어떤 처사는 우리 집에 김치 먹으로 온댄다, 이건 파란 이파리 부분만 모아 담아둔 건데 우리 공양주들이 환장한다. 실은 이게 더 맛있거든, 예전 같으면 나도 한 끼에 다 먹어 부렸다. 근디 저것 좀 봐라, 저 명태 먹는 것 좀,” 매생이국을 한 대접 비운 할매의 관심사가 말린 명태를 팔기위해 오만 요리를 해 광고를 하고 있는 TV 홈쇼필에 꽂혔다. TV광고에 일제히 시선을 돌린 부공양주들이 보기만 해도 짭조름해 입맛 돋우는 명태조림을 넋 놓고 바라보며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탠다. “저거 간장에 졸이면 맛있잖아, 국물 좀 설벅하게 해서,” 막내보살의 말에 화곡동 할매가 “그런 소리는 하나마나지, 그래봐야 그림의 떡이여.”라며 퉁을 놓다가 한술 더 떠 설명을 늘어놓는다. “아이 거시기 명일 때 무좀 썰어 넣고 저놈을 잘라 넣고 자글자글 지져봐, 얼마나 맛있는가, 끝내준다.” 싱 한쪽에 물러앉아 병원에서 받아온 약보따리를 점검하던 할매가 이번에는 TV드라마에 정신을 빼앗겨 “어메, 저 싸움하는 거봐, 그럴 거면 뭐 하러 결혼혀, 하질말지!” 라며 신나게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 배우들에게까지 넘치는 오지랖이 펴는 사이, 당직을 서던 직원들이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방안에 들어섰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인데도 자식과 다름없는 직원들이다보니 할매는 반갑기만 하다, TV삼매경도 순식간에 접어두고 “누룽지 줄까?” “매생이국 줄까?” 라며 각자의 식성과 배속을 챙기기에 여념 없다. “난 입맛이 없어 매생이국만 조금 먹을래요.. “난 떡국!”,“난 라면이 좋은데…….”라며 직원들이 응석어린 주문을 해 댈수록 할매는 더욱 신바람이 나 부엌으로 쏜살같이 향한다. 각기 다른 식성을 감안해 잠시 후 할매가 대령한 것은 다름 아니 떡라면, “야들아, 봐라, 내가 닭 한 마리 고아왔다.” 하는 할매의 짓궂은 농에 “아유 좋아라. 좋아!” 라며 환호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할매는 더욱 흥이 난다. 배추머리만 툭 잘라 새로 담아온 김치를 쪽쪽 찢어 직원들의 밥술 위에 얹어주며 “여여들 먹어, 어여!” 라며 입맛까지 돋우는 할매의 팬 서비스 덕에 입맛 없다고 투덜대던 직원들의 밥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술술 넘어간다. 밥상 앞에서는 더욱 주체 못하는 화곡동 할매의 넘치는 정과 사랑 덕에 먹보보살도 막내보살도 “나는 국물만 먹어봐야 쓰것네.” 라며 저녁상에 다시 동참하고, 한쪽에서 TV를 보던 노보 살님도 “그럼 나도 쪼까 먹어볼까?” 라면 은근슬쩍 상 앞으로 다가 앉는다. “아니 언니는 아까 밥을 많이 먹던데 또 먹냐? 울 언니 식충이 됐네 그려.” 최근 들어 건강이 쇠약해진 노보 살님의 과식을 염려하면 잔소리를 연잇던 화곡동 할매도 다시 발동한 입맛에 슬그머니 라면 몇 젓가락을 입에 넣는다. 한강수가 된 매생이국에나 닭 한 마리를 대신한 떡라면에나 찰떡궁합으로 어우려져 맛과 영향을 배가시키는 일명 ‘물방개를 고아 만든 김치’와 할매의 잔소리 덕에 오늘도 구룡사의 저녁상은 할매의 정만큼이나 거방지고 푸짐하다 여성 불교 3월호 함영. 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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